미디어

[책] 글쓰기 좋은 질문 642

liel 2014. 12. 19. 07:36
반응형

글쓰기 좋은 질문에 나오는 질문
#22. 당신은 과거 약혼자의 결혼식에서 요리사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채광창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공중에 분해된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음악소리가.. 그 즐거움이 기쁨이 나에게만 닿지않고 흩어지고 있다.
그 즐거움에 나도 어떻게든 닿아보려고 손을 뻗어서 간신히 움켜쥐었다. 이 감정을 더욱더 움켜쥔다. 나갈때까지 울지 않기 위한 최후의 방어수단으로 남겨놓는다. 사람들이 요리하고 있는 음식의 맛이 생각안날 정도로 멍한 이 감정.. 참싫다.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자들이 삼삼오오 지나간다. 왜 아는 얼굴들이 하나도 없지란 생각에 의아하지만 지금 이자리에 있는것만으로도 다른 일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 제길. 킬힐은 여자의 자존심이라고 했던가. 평소보다 5cm는 더 높은 구두를 신은탓에 서있는것조차 힘들다. 발목을 타고 허리까지 전해져오는 고통. 하지만 이 고통은 정신적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무조건 나와 결혼할거라고 그렇게 호언장담하던 그와 8년 연애끝의 종지부를 찍었을때, 나는 더이상 연애를 할수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남자는 다른가 보다. 그게 그렇게 쉽나 보다. 

도저히 식을 볼 자신은 없어서 밥부터 먹기로 했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날인 것처럼 먹고 가야겠다. 연어부터 시작한다. 하얀 접시가 원래부터 주황색이였던것처럼 연어를 담는다. 그러고 쌓기 시작한다.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층층이 정성을 다해 쌓아올린다. 내 사랑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에 대한 보상심리를 음식에서 찾듯이 온 정성을 다해 쌓고 쌓는다. 

그렇게 자리에서 혼자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 삼키며 울음도 함께 삼킨다. 이제 진짜 안녕이다. 잘가라. 
속으로 끝낸 작별인사와 동시에 너무 놀라 포크를 떨어트린다. 찾아준 하객들에게 한명 한명 인사를 돌고 있는 신랑, 신부.. 

오마이갓..
여기가 아니다. 

핸드폰을 켜보니 무수히 쏟아지는 친구들의 연락들.. 
'야 너 왜안와.. 물론 오기 힘든건 알지만..' 
'식 끝났는데 어디야?'

생면부지의 사람들의 결혼식장에서 포식하고 나오는 길에 햇빛은 왜그렇게 밝은지.
이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상황에서 생각했다. 

연어 좀 더 먹을걸.


반응형

'미디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즈니 플러스 4k에 대한 모든 것  (0) 2022.06.17
보고싶은 영화  (2) 2015.07.15
[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0) 2015.01.15
쿼바디스@스폰지하우스  (0) 2014.12.10